발표-실학과 서학

다산 정약용과 서학 2

써니2022 2023. 3. 25. 14:25

<정약용과 서학 2> 성인(聖人)이 되는 세 가지의 길

 

18155월에 완성된 것으로 알려진 심경밀험(心經密驗) <주자학성설(周子學聖說)>에는 다음과 같은 다산 정약용의 글이 있습니다.

요즈음 사람들이 성인이 되기를 바라지만, 불가능한 데는 3가지 원인이 있는데, 하나는 하늘()’()’가 된다고 인식한다, 하나는 어짐()’만물을 살리는 이치가 된다고 인식한다’, 세 번 째로는 불변함(; 떳떳하여 변하지 않는 중용)’평상(平常=보통 때)’이 된다고 인식한다는 것 때문이다.

만약 홀로 있을 때도 몸가짐을 조심해서[愼獨] 하늘을 섬기고(事天), 힘껏 자신처럼 다른 사람을 대하여 행동함으로써[强恕] 어짐을 구하고(求仁), 또한 변하지 않고 오래[恒久] 멈추지 않는다면(不息), 이것이 성인이다(今人欲成聖而不能者 厥有三端. 一認天爲理 一認仁爲生物之理 三認庸爲平常 若愼獨以事天 强恕以求仁 又能恒久而不息 斯聖人矣. 大學講義2, 與猶堂全書2)”

 

위글을 보면, 실질적인 공부로 성인(聖人)이 되자는 다산의 생각은 다음과 같이 설명됩니다.

1) 하늘을, 하늘의 도리(天理)를 아는 수준에서, 눈과 귀로 보고 들을 수 없는 경지를 바로 살펴서(愼獨) 하늘을 섬기는 수준으로(事天) 바꾸어야 한다. [이는 서학의 하느님을 맞갖게 섬기는 덕(信德)과 일맥상통(暗合)합니다. ‘()’는 원래 사제직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2) 어짐(), 만물을 살리는 근본 이치라고 아는 수준에서, 만물에 어짐()을 힘껏 실행하는 방도인 ()’ 수준으로(强恕) 바꾸어야 한다, [이는 서학의 서로 사랑하는 덕(愛德)과 일맥상통(暗合)합니다,]

3) 떳떳하여 불변함을, 보통 때에(平常) 떳떳하여 불변하다는 수준에서, 항구하게 쉬지 않고(恒久) 떳떳하여 불변하다는 수준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는 서학의 변함없이 항구하게 희망하는 덕(望德)과 일맥상통(暗合)합니다.]

 

이렇게 보면, 다산의 성인(聖人)’이 되는 3가지의 길은, 크리스챤들의 향주3(신덕-망덕-애덕)을 성리학(중국 송나라 유학)이 아닌 육경고학(중국 한나라 유학)에 맞추어 재해석해서 적용한 길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1) 하느님(창조주)에게 맞갖은 예배드려 믿는다는 신덕을, 하늘(조물주)을 맞갖게 섬긴다(事天).

2)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서로 사랑을 이웃에게라는 애덕을, 하늘이 인간의 본성에 부여한 서로 사랑(仁→恕→愛)을 나로부터 시작하여 가족-동포-자연에까지 밀어(推恕) 굳세게 실천한다(强恕),

3) 영원한 생명(하느님)을 향하는 희망이라는 망덕을, 하늘이 부여한 본성에서 오는 덕(4, 5)에 평소에 떳떳하여 불변하다기보다 항구하게 떳떳하여 불변하다...로 설명한 것입니다.

 

단순화시켜서 말한다면, 결국 정약용이 말하는 성인이란, 인간바라기 곧 인간을 향하는 덕(向人德)으로 사는 사람이 아니라, 하늘바라기 곧 하늘을 향하는 덕(向天德)으로 사는 사람입니다. 성리학(송학)처럼 인간을 이롭게 하는 지향(마음)을 중심으로 해서 사는 자[聖人以利物爲心]가 아니라, 육경고학(한학, 원시유학)처럼 하늘의 뜻을 실현하고자 하는 지향(마음)을 중심으로 해서 사는 자입니다[以生物爲心]. 다시 말하면 성리학에서 말하는 성인의 향인(向人)3덕을, 서학에서 말하는 향주(向主)3덕과 같이, 향천(向天)3덕으로 바꾸어 놓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