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 있는 객관적 ‘사실’ -현존하는 공간* 열흘 만에 버리는 것은 누에의 고치이고, 여섯 달 만에 버리는 것은 제비의 둥지이며, 일 년 만에 버리는 것은 까치의 집이다. 그런데 한창 그들이 둥지를 짜고 엮을 적에, 누에는 창자에서 실을 뽑아 내고, 제비는 침을 토해 진흙을 개며, 까치는 바지런히 풀과 볏짚을 물어오느라 입이 헐고 꽁지가 빠져도 피곤한 줄 모른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지혜'를 천박하다 여기며 그들의 '삶'을 애달프게 여기지 않는 이가 없다. *드러나 있는 사실에 숨어 내재하는 ‘진실’ -존속(존재)하는 시간* 그러나 사람이 온갖 공력을 들여 지은 붉은 정자와 푸른 누각도 잠깐 사이에 먼지가 되어 버리는 것이니, 우리네 사람의 집 짓는 행위도, 따지고 보면 저 미물들이 하..